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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파고의 원리?

나도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는데,

알파고는 바둑두는 컴퓨터가 아니라, 바둑기사를 기가막히게 모방하는 컴퓨터라고 해.

 

역대 모든 기보를 분석해서 알파고 스스로가 그 기보를 만든 모든 바둑기사가 되는 셈인건데, 쉽게 말해서 이세돌 앞에는 역대 모든 기사가 예토전생해서 앉아있는 셈이야.

 

 

“알파고는 컴퓨터라서 승부감각을 모를 것이다” “창의적인 수나 심리전을 모를 것이다” 이런건 순전 오해라는거지.

왜냐면 알파고가 공부한 기보에는 이미 프로들의 승부감각과 심리전이 녹아있거든.

 

 

실제로 대국에서 응수타진(상대방의 의도와 심리를 파악하기 위해 일부러 두는 수)과 승부수 등등이 등장해서 해설자들을 놀라게 했었어.

알파고가 정말로 창의성이 있고 심리가 있다기 보다는, 실제 프로들의 운영을 참고하고 모방하기 때문에 그 프로들이 둘만한 창의적인 수나 심리전을 둘 수가 있다는거 같아.




2. 어제 대국요약

 

이건뭐 뉴스 기사들 많으니까 거기서 봐.





3. 어제 드러난 알파고의 특성


a. 뒷맛을 조기에 정리

뒷맛이 뭐냐?

바둑을 보다보면 해설이 “맛이 나쁘다” “뒷맛이 남았다” 이런 얘기 맨날 할텐데.

뒷맛은 쉽게말하면 두다 말고 버려두는 형태를 말해

 

 

바둑을 첨보는 사람이 젤 이해가 안가는게 프로가 여기뒀다 저기뒀다 하는거거든. 위에 싸우는거 같다가 갑자기 아래쪽에 놓고, 왼쪽에 두는가 싶더니 오른쪽에 두고...

이게 다 맛을 남겨만 놓고 판을 크게 보는 프로들의 특징이야.

 

프로들이 바둑판 곳곳에 그런 뒷맛을 남겨두는 이유는, 당장 결행하면 10만큼의 이득을 볼 수 있지만, 내가 판을 잘짜서 다른곳과 교묘하게 연계하면  11만큼 이득을 볼 수도 있거든. 혹시 더 큰 이득 볼수도 있으니 일단 냅두고 전체적인 판을 짜는거지 

 

 

그런거 없이 판을 넓게 안쓰고 계속 한부분에서만 싸우는건 전형적인 하수의 스타일인데, 알파고가 바로 그런 경향을 보여줬어. 
초반부터 뒷맛을 안남겨두고 직선적으로 들어왔는데, 이때 이세돌은 잠시나마 하수라고 비웃었을거야.

 

 

 

b. 배제플레이

하지만 알파고가 하수라서 그런건 절대 아니겠지.

이건 배제플레이 인 것으로 보여.

돌겜을 하는 애들은 무슨말인지 더 잘 알텐데,

 

 

<이세돌의 머릿속> 

이세돌의 머릿속.jpg

믿기지 않겠지만 이세돌쯤 되는 프로라면 저 9가지의 부분의 모든 경우의 수를 동시에 생각해. 각 부분의 최선의 시나리오와 차선의 시나리오, 상대방의 대응시나리오. 그리고 그 9가지 시나리오를 조합했을때 시너지까지 생각해서 두거든.

 

 

<알파고의 머리(?)속>

 

알파고의 배제플레이2.jpg

 

그런데 알파고는 그렇게까지 생각하는건 나의 ai수준에는 무리라고 보고 배제해버린다는거지. 판 전체를 생각하는건 무리니까 일단 일부분을 정리하거나 배제해서 판을 좁히고 거기서 완벽한 플레이를 하겠다는 생각인거야.


이걸 두고 추론해보면 알파고의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게 드러나

 

우선 판 전체를 보는 눈은 분명히 떨어진다는거야.

 

하지만 알파고는 스스로의 한계를 정확히 알고, 뒷맛을 조기에 정리해버려서 넓은 바둑판을 좁히는거지. 넓은 전장을 좁혀서 국지전에 극강인 장점을 살리겠다는 플레이야.


 

 

c.악수(나쁜 수)의 남발

또한 알파고는 50:50 팽팽한 상황에서는 최선의 수를 두지만,

한쪽이 다소 기울었다 싶으면 악수를 거리낌 없이 두는 경향을 보여줬어.

 왜 그런 경향을 보이는 건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

 

실전에서는 이런 악수때문에 이세돌이 약간 혼란에 빠졌던거 같아.

 

 

 

 

4. 이세돌의 패인

 

아마 이세돌의 계획은 미생인 중앙 백대마를 공격하는 척하면서 우변(→)과 우하귀(↘)에 집을 짓고 집차이를 벌려서 그대로 끝낼 생각이었을거야.

 

이세돌의 계획3.jpg

 

저 표시된 백돌이 2집이 안나서, 미생이거든. 저걸 공격하는 척 하면서, 우변(→)과 우하귀(↘)에 집을 짓겠지.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우변에 침입을 맞았어.

 

 패인.jpg

 

저 침입수를 맞고, 거기서 더 진행이 되어 표시한 흑 세점이 잡히는데,

그 바람에 저 백 대마가 집이 생기면서 완생이 되어버려.

 

“미생인 중앙 백대마를 공격한다”는 전제로 모든 전략을 짰는데 그게 싹 날아가버린거지.

게다가 일러도 한참을 이른 타이밍에 들어온 것을 보고 형세판단을 그르친듯해.

 

 무난하게 X표시된 곳 둘중의 하나만 챙겼어도 대승으로 끝났을 판이야.

어차피 바둑은 너한번 나한번 두는거니까 둘중 하나는 당연히 챙길수 있었을텐데...

그런데 이세돌이 당황한나머지 소극적인 수를 두다가 저 자리를 둘다 뺏겼어;;




 

5. 이세돌이 이기기 위한 방법?

a.가급적 백을 잡는다.

 

이유는 간단해. 덤때문이야.

 

 

덤이 뭐냐면, 바둑이 흑이 먼저 두니까, 공평하라고 백에게 7.5 집 주는거야.

그니까 게임을 시작하면 백은 7.5집을 이미 가진 상태로 시작하는거라서, 흑은 백보다 7.5집 더 많은 집을 지어야 이길수 있어.

 

왜 쩜오가 붙냐면, 비기지 말라고.

 

 

 

근데 덤 7.5집은 중국룰이야. 한국은 6.5집이지.

원래 90년대 까지는 한중일 모두 덤이 5.5집이었어.

그런데 이창호가 등장하고 흑백균형이 깨지는데,

“흑을 잡은 이창호”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흑만 잡으면 깡패였어.

 

그래서 “바둑의 수준이 높을수록 5.5집은 부족하다”는 인식이 퍼졌고,

한국이 먼저 6.5집으로 룰을 바꿨는데,

당시 한국바둑 수준이 중일에 비해 높았다고 볼 수도 있어.

 

그리고 얼마지나지않아 수준이 올라갈수록 6.5가 맞다는게 데이터로 증명이 되지.

 

 

 

근데 이게 중국이 자존심이 심하게 상했나봐.

기회만 노리고 있다가 자국룰을 7.5집으로 얼른 올리는데…

데이터가 충분히 모이지도 않은 상태에서 7.5로 올린건 순전 쫀심아니냐는 견해가 유력해.

쉽게말해서 “크으… 니들은 아직도 6.5냐? 형 수준에는 7.5는 돼야 균형이 맞더라ㅋㅋㅋ”

이 말이 하고싶었던 나머지 덜컥 올려버린건데…

 

“백을 잡은 커제”라는 말이 유행이 되고 있어ㅋㅋㅋ

 

 

 

여하튼 알파고vs이세돌 은 중국룰이란 말이지.

백이 1집이라도 유리하기 때문에 이세돌은 가급적 백을 잡아야 해.

 

첫 경기때는 이세돌이 알파고를 시험해볼려고 일부러 흑을 잡고 먼저 희귀한 포석을 둬 봤지만 먹히지를 않았으니,

이제 앞으로는 가급적 백을 잡고 이득을 챙겨야지

 

 

 

 

c. 초,중반에 격차를 벌린다

알파고는 50:50의 상황에서는 최대위력을 발휘하지만, 점수차가 나면 악수(나쁜 수)를 남발하는 경향을 보여줬어.

 

고양이목에 방울달기같은 결론이기는 하지만,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서 던져주는 악수를 받아먹으면 무난하게 이길수 있다… 라고 말은 할 수 있을것 같아.

 

 

 

 

d. 자기 페이스를 유지한다.

프로들은 수시로 집을 세어서(=계가) 누가 유리한지 파악을 해.

누가 유리한지 알아야 전략을 세우니까...

 

내가 유리하면 이대로 굳혀서 끝내고.

내가 불리하면 싸워서 어떻게든 비벼봐야겠지.

 

 

하지만 형세판단이라는게 여간 어려운게 아니거든.

그래서 프로들은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느냐를 보고 형세판단에 참고하기도 해.

대표적인 예가 이창호야. 이창호가 계가를 너무 잘해서 신산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였으니,

상대방 기사들은 이창호가 강하게 나온다 그러면 ‘아 내가 유리하구나’

이창호가 소극적으로 지키려 든다 싶으면 ‘이거 내가 불리한가보구나’ 이렇게 추정하는거지

 

 

문제는 알파고 상대로는 이게 불가능하다는거야. 컴퓨터가 무슨 의도로 두는지 뭐 맥락을 알수가 있나.

이세돌은 알파고의 이상한 수를 자꾸 두니까

자신이 크게 유리하다고 착각을 일으켜서 안일한 수를 두다가 지고 말았는데,

 

알파고가 어떻게 두든 “아 이거 뭔가 노림수가 있는건가” 라고 지레 의심하거나 하기보다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자기 페이스대로 두고, 형세판단도 스스로를 믿는 것이 좋을것 같아.

 

 

d. 포석에서 축을 활용해 본다.

 

사실 이전부터 알파고가 축을 모를 것이라는 가설이 있기는 했어.

 

축은 바둑이론을 배우면 제일 먼저 배우는 아주 기본적인 거야. 궁금하면 찾아봐ㅋ

근데 알파고는 바둑이론을 배운 적이 없어. 오로지 기보를 통해 스스로 바둑이론을 정립한거거든.


 

근데 축은 너~무너무 기본적인거라서 프로들은 절대로 기보에 축이 걸리는 형태를 남기지 않아.

축에 걸릴꺼 같으면 아예 그 수를 안두니까...

 

아마 알파고가 공부했다는 수만장의 기보가운데, 축이 나오는 기보는 10면도 안될거야.

결국 알파고는 축에대해서 모르고있을 가능성이 있다는거지.

 

 

실제로 1국에서 알파고는 축에 걸리는 자리에 돌을 놓음으로써 이 가설이 맞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켰는데,

정말 이게 사실이라면 이세돌은 축에 걸리는 정석을 선택해서 알파고를 아주 떡실신을 시킬수가 있어.

 

 

 

e. 실력대로 두기

 

사실 가장 중요한건 이 부분일 거야.

어제 대국은 이세돌이 제대로만 뒀으면 이겼을 것이라는 평이 압도적으로 많아.

 

그리고 커제부터 시작해서 모든 바둑기사들은 입맛을 다시고 있어.

내가 했으면 쉽게 이길껄 그따위로 할거면 내가 두겠다. 10억 내놔ㅠㅠ 이런 반응들이야.

 

 

 

알파고의 포석을 시험해본다고 바둑역사상 처음나온 포석을 들고나오고

국지전 능력 테스트한다고 초장부터 강수로 공격하고

 

얕잡아보다가 명치맞고 당황한 부분은 이세돌이 프로답지 못했어.

 

 

 

물론 이세돌의 성격상 이런 바둑이 어려울 수는 있어.

 

다른 글에서 소개한적도 있지만, 이세돌은 실력이 보다는 승부감각이 장점인 기사야.

 

상대방의 수를 통해 맥락을 읽고 가장 상대방이 거슬릴만한 수를 둬서 심리적으로 흔드는 수법을 두고,

그리고 '쫄리면 뒤지시든지' 식의 배짱 플레이도 자주 해.

 

 컴퓨터에서 맥락을 읽기도 어렵고, 심리적으로 흔든다는것도 말이 안되겠지

그리고 컴퓨터는 져봤자 손해가 없잖아? 알파고가 지면 포맷당하는것도 아니고 져서 손해보는건 상금 날리는 이세돌 뿐이란 말이지. 배짱 싸움이 성립이 안돼.

 

이세돌의 최고 장점 하나가 봉인된 셈이야.

 

 

 

상대 기사의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투지를 직접 느끼며,

그걸 비웃듯 강하게 도발하는 바둑만 두다가

 

구글 직원이 하품이나 해대면서 모니터두고 따라두는 바둑은

아무래도 이세돌 성격에 안맞겠지.

 

 

 

하지만 그런건 핑계일 뿐. 이세돌은 충분히 해볼만한 실력이 있고, 프로라면 어떤 환경에서도 실력을 발휘해야겠지.

 

 

 

참고. 알파고 대국은 어디서 보는게 좋아?

 

바둑고수들 사이에서는 박정상 해설이 나오는  KBS가,

초보들에게는 유창혁 해설이 나오는 바둑TV=네이버 가 좋을꺼야. 근데 바둑티비는 김장훈이 나와서 완전 버려놨어ㅠ

 

그니까 김장훈이 안나오면 바둑TV나 네이버가 좋고

그게 아니면 KBS가 무난해

 

아프리카도 하기는 하는데 그거는 꽤나 전문적이라 바잘알들에게 좋을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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