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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기의 흐름

: 귀 -> 변 -> 중앙 순서로 흘러간다.


중앙을 벽을 사방에 쌓아야 집이 생기지만, 귀는 두곳만 막으면 집이 생기기 때문에, 귀가 집을 짓기가 쉬워. 먼저 귀부터 먹는게 이득이지.

그래서 전체적인 흐름이 귀부터 차지하고, 그다음 변에서 전투가 일어나고, 그게 중앙으로 번지고 이런 형태로 나타나.



귀변중앙.jpg

농심배 결승전인데 귀에 먼저 돌이 오고 변과 중앙으로 번져나가는걸 볼 수가 있지.




2. 초반 - 포석

<협상>


초반에 돌을 배치하는걸 포석이라고 하는데, 말한대로 가치가 높은 귀에서부터 돌이 놓여.

그리고 이때는 직접적인 전투보다는 “너가 이걸 가져갈래? 그럼 난 이걸 챙겨간다.” 이런식의 사이좋은 교환이 이루어져.



왜 초장부터 싸움을 않고 협상으로 나눠가지느냐?

귀에서의 포석형태는 정석이라고 부르는데, 이건 수천가지의 모든 경우의 수가 이미 연구가 다 되어있고, 

프로들은 그걸 깡그리 암기하고 있어.


내가 암만 깝쳐봤자 저쪽도 최선의 수로 대응할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 이득을 보겠다고 무리하기 보다는 

일단 반반 나눠가지되, 중반이후에 내가 운영하기 편하게 판을 짜놓는 거지.



보통 포석단계에서는 해설자들이 따로 할말도 없고 시청자들에게 정석을 가르치는 시간으로 활용해. 정석강좌가 되버리는데, 근데 니들은 바둑 둘꺼 아니니까 걍 거르고 내가 초반 관전포인트 하나 알려줄께.




2-1 관전포인트 “세력이냐 실리냐”


실리는 당장 집이 되는 형태고

세력은 당장 집은 안되지만 나중에 전투를 벌일때 도움되는 형태를 말해.


구별하는 법은 간단하다.

돌이 귀쪽에 공간을 내고 있거나 둘러싸였다? 그러면 실리  

변이나 중앙 쪽에 돌이 놓여있다? 그러면 세력



실전을 보자.


실리세력 22.jpg


좌상귀(↖) : 백이 둘러쌓이고 흑이 바깥쪽에 벽을 쌓았지? 백이 실리 / 흑이 세력

좌하귀(↙) : 백이 구석을 확보했고 흑은 변쪽에 돌이 있지? 백이 실리 / 흑이 세력

우하귀(↘) : 흑이 귀에 공간을 냈고 백이 변쪽에 돌이 있지? 흑이 실리 / 백이 세력



이걸 볼줄 알면 좋은게 이걸 알아야 향후 전투의 흐름이 이해가 가거든.


세력을 챙긴 쪽은 중반전투에서 큰 이득 보겠다 이런 계획이고, 

실리를 챙긴 쪽은 중반전에서 잘 수습해서 이대로 집의 차이를 굳히자는 전략이겠지.


이정도 개념 잡아놓고 해설 따라가면 좀 더 용이할꺼야.

참고로 실전에서는 좌변의 흑 세력이 너무 잘되서 이세돌이 잘 싸우고도 결국 졌어ㅠ




2-2 유식해보이기 위해 할수 있는 말


극초반 정석이 진행될때 

"오빠가 알려줄게. 귀쪽이 집짓기가 쉬워서 먼저 귀부터 두거든? 봐봐 내 말이 맞지? 그리고 정석이 진행되는데, 프로의 정석은 과감하고 어려운게 많아서 나도 잘은 몰라. 해설자가 알려줄거야."


실리냐 세력이냐 구별하는건 어렵지 않으니까 모양을 파악하면 얼른 아는척 한마디 던지자.

“얘(세력)는 후반 한타를 노리는거고, 얘(실리)는 한타보다는 이대로 라인전 끌고가서 이대로 굳히는게 이득이겠네“




3. 중반 - 중반전투

<전투>


대략 포석이 끝나면 이제는 중반전투로 페이즈가 넘어가. 여기서는 말그대로 전투가 벌어진다


서로 눈치만 보면서 화기애애하게 협상하는거 같다가, 갑자기 한쪽이 상대의 돌에 붙이거나, 끊거나, 상대방 진영에 뛰어들거나 하면서 싸움이 시작되는데, 이때 치열한 수읽기 싸움이 펼쳐져.

나무3.jpg

이세돌이 흑 한가운데 뛰어들었지. 싸움이 시작된거.



<수읽기>가 뭐냐?

바둑기사들은 이론공부에서 배운대로 두거나, 아니면 감각으로 이정도가 좋겠다고 추정해서 좋은 수를 찾기도 하지만, 

때로는 Trial & Error 그니까 직접 머릿속으로 일일히 다 둬보면서 수십가지 경우의 수를 하나하나 검토해서 최적의 수를 찾는 경우도 있어.

이걸 수읽기라고 해.

완전 쌩으로 두뇌로 생각하는 거라서, 수읽기=피지컬 이라고 보면 돼.


그니까 중반에는 결국 피지컬 대결이 펼쳐지는 거지. "니 두뇌랑 내 두뇌랑 누가 더 많은 정보를 정확히 처리하느냐" 그걸로 붙는거야.




3-1 관전포인트 "자라나라 나무나무"


싸움의 원리는 간단해. “나는 살고 너는 죽는다”



일단 살려면 집을 짓거나 도망쳐야 돼.(바둑 원리 상 2집이 나면 완생임)


이미 귀를 다 차지했으니 남은 공간인 변쪽에 집을 짓거나

그게 잘 안되면 중앙쪽으로 도망치는 형태가 많이 나와.



나무.jpg 


자 저 뛰어든 백 특공대가 살아서 귀환하려면 

파란색으로 벌려서 흰색 공간에 집을 만들거나,

빨간색방향으로 움직여서 탈출해야겠지?


실전은 이렇게 됐어.


나무2.PNG 


흑이 양옆에서 눌려서 하는 수없이 중앙으로 도망친 모습이

마치 변에 뿌리를 내리려다 실패한 나무가 중앙쪽으로 자라는 모양이야.


귀도 4개, 변도 4개지만, 중앙은 하나잖아?

결국은 이 나무들이 자라서 중앙에서 만날 수 밖에없고 중앙에서 단 한번의 대전투가 벌어지게 되어있어. 이 단 한번의 싸움을 놓치지 마라.


실전도 이세돌이 뿌리내리는데 실패하고 도망치는 신세 같지만 사실은 무서운 노림수를 준비해두고 있었어.




3-2 유식해보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말


해설자가 포석이 끝나고 중반전 페이즈 들어갔다고 하면 얼른

“중반 수읽기 싸움이 될텐데, 아무리 이세돌이 수읽기 극강이라지만, 컴퓨터의 수읽기를 따라갈 수 있을까? 수읽기는 트라일얼앤에러라서 컴퓨터가 무조건 세거든” 라고 하자.


중앙으로 한칸 뛴다? <자라나는 나무 모양>이다 싶으면 얼른 한마디 던지자.

“저 돌이 미생(보지들 아는 단어!!)이라 활로를 찾기 위해 중앙으로 가는거 같은데, 저 돌들이 앞으로 중앙 전투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볼만 하겠어.”




4. 후반전 - 끝내기

<신경전>


큰 전투는 끝나고 이제는 막연한 형태를 구체적인 집으로 정리하는 단계로 넘어가는데 이걸 끝내기라고 해.

조금이라도 니 집은 줄이고 내 집은 키우기 위해서 엄청난 신경전이 벌어져.




4-1 관전포인트


... 는 딱히 없어. 이때쯤이면 해설자들이 대충 어디가 유리한지 형세판단을 했을거야. 

집을 세는걸 계가라고 하는데, 해설자들이 열심히 계가를 하는걸 볼 수 있을꺼다. 여기서는 그냥 해설자 따라가면 돼.


이때는 기사들이 십중팔구 초읽기에 몰려 있어서 혹시 실수하는거 아닌지 하는 초조한 마음으로 보게 된다.




4-2 유식해보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말


여기서는 아는척 하지말고 “계가도 어렵고 프로의 끝내기는 수준이 너무 높아서 나도 잘 모르겠다. 지켜보자” 라고 한 걸음 물러서라.


정 아는척하고 싶은면 “끝내기하면 역시 이창호가 최강이지만, 이세돌도 알려진거보다는 끝내기가 강한 편이라서 기대가 된다”라고 하든가.


“외길수순을 찾을수 있으면 좋겠지만, 초읽기가 관건이다”이것도 괜찮겠다




5. 고급편

: 추가로 알아두면 좋은것들


5-1 프로의 승부호흡


프로가 둔 수가 좋은지 나쁜지 판단하는건 해설자도 어려워하는 문제야.

“로우리스크 로우리턴” 안전하지만 이득도 적은 수가 있고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위험한 대신 잘 되면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수가 있겠지.


그걸 정도에 따라 나열하면 이정도가 될꺼야.



느슨한수 - 안전한수 - 정수 - 강수 - 무리수



양 극단의 느슨한수(완착)와 무리수(과수)는 나쁜 수고, 가운데 정수가 가장 좋고 완벽한 수야. 

하지만 프로들은 마냥 정수만을 두지 않아.


필요에 따라서 승부수로 강수를 띄우기도 하고, 개싸움에 대비해서 안전한수를 두기도 해.

너무 느슨하거나 과한 무리수가 안되는 범위에서 적당히 고삐를 조절하는데,

이 승부호흡에 가장 능한 기사 중에 하나가 이세돌이야


당장 싸울꺼같더니 갑자기 엉뚱한데 두고 그런다 그러면, 절대로 당황하지 말고 마치 모든것을 다 아는듯한 느긋한 표정으로 

“프로의 승부호흡이네. 고삐를 늦춰서 전투에 대비하는 모양이야”라고 씨부리도록 하자.



해설자가 “강하게 나왔습니다” “반발했습니다” 뭐 이런 식으로 대충 알려주니까 니들도 흐름을 타면서 보면 재밌을꺼야




5-2 미생


크으… 보지들 아는거 나왔다. “오빠 미생이 뭐야?” 그러는데 만화책 아냐? 이러면 좆되는거지.

출제될 가능성 99%니까 반드시 외우자.


바둑의 원리상 2집을 못내면 결국 메꿔져서 죽게 되는데 자세한건 검색해봐라. 이거는 두는법 가르쳐주는거 아니니까 궁금하면 따로 찾아봐.



여튼 미생이란, 지금당장 죽지는 않았지만 아직은 2집을 못 낸 상태라서,

앞으로 집을 못내면 죽을 상황에 처한 돌을 미생이라고 해.



바둑에 미생이라는 표현 자주등장하는 이유가... 프로는 전투를 할때 상대방을 완전히 죽이기보다는, 미생으로 방치해서 피흘리며 죽도록 내버려두는 방법을 쓰거든. 두집만 못내게 견제만 하는 거지. 전투가 치열한 판은 온통 미생 투성이가 되는 경우도 많아.


왜 숨통을 끊지 않느냐고? 죽이는건 쉽지가 않고 또 위험하거든. 

미생으로 내버려두면 어차피 죽을 돌을 굳이 죽이러 무리하다가는 웹툰이 한순간 미생에서 송곳으로 바뀌는거야. 

나도 피보는 수가 있는거지.



“너는 미생 나는 완생” 이게 전투의 본질이다보니 바둑에서는 아주 흔한개념이야. 알아두면 좋다.




5-3 수상전


서로가 서로를 둘러싸고 있어서, 누가 먼저 잡히느냐 둘중의 하나는 죽는 싸움이 걸린 형태를 수상전이라고 한다.


커제와의 대국에도 수상전 형태가 나왔었어. 찾을 수 있겠어?


수상전.PNG 




안보일꺼야 표시해줄께.


수상전2.jpg 

잘 보면 표시된 돌들이 서로를 포위하고 있는 형태지. 먼저 메꿔서 잡아버리는 쪽이 이기는건데, 저게 한쪽이 다 잡힌다고 생각해봐. 

대마잡히고 게임 끝나는거지.

뭐 이런건 해설이 다 짚어주니까 걱정하지말고 그냥 수상전이 뭔지만 알아둬.


이 진행도는 아까 중반전투에서 더 진행된건데 

사실은 이세돌은 도망치는 척 하면서 저 표시된 흑돌을 포위하고 있었던 거야.


정말 무서운 전략이었는데 이후 커제가 쫄려서 손해를 감수하고 수상전 승부를 피했어.





5-4 패싸움


무슨 교복입은 새끼들 떼거지로 부모님 경찰서로 소환되는 그 패싸움이 아니야.


패원리.JPG


이런 모양을 패라고 하는데, 니가 따고 내가 따고 무현 반복이라, 바둑의 룰에는 한쪽이 땄으면 반대쪽은 한턴 쉬었다 따게끔 해놨어.



근데 기사들은 한턴 쉴때 "반강제로 상대도 쉬게만드는 수(선수)"를 써서, 패를 이기는 기술을 써. 

예를 하나 보여줄게.

패.jpg 

이거는 다른 대국이야. 커제와의 대결 이틀전, 농심배 이세돌-렌샤오의 대국이야


표시된 백돌의 생사가 달린 패가 벌어졌어. 

이세돌이 흑인데 백이 먼저 따서 이세돌은 다른곳을 둬야했지.



그런데 이때 이세돌이 하변을 찔렀어. 백이 막지 않으면 이번엔 하변이 다 죽기 때문에 백이 눈물을 머금고 막았어.

그래서 흑은 패를 되따내고 다음턴에 x자리를 메워버려서 결국 패는 이세돌이 이겼지.


패2.JPG 

이렇게 패는 상대방이 받을수 밖에 없는 수(팻감)를 둬서 내가 따낼 턴을 뺏어오는 식으로 싸워.


복잡해서 이해가 안되더라도 괜찮아. 뭐 몰라도 괜찮음.



5-5 시간제


바둑대국은 시간제한이 걸리는데 룰은 간단해.


농심배는 1시간/ 1분초읽기 였는데 

1시간은 내맘대로 쓰고 

다 쓰고나면 그때부터는 1분내에 둬야돼.


알파고는 시간을 안쓴다고 하니까 별로 몰라도 상관 없을꺼야.




5-5 기타 용어정리


대마

: 니들이 피우는거 말고

바둑에서의 대마는 큰 말이라는 뜻이야. 돌 덩어리들이 크게 이어져있는건데, 다 뒤지면 큰일 나겠지?



불계승 불계패

: 끝까지 진행해서 서로 집을 세서 승부를 가린게 아니라,

중간에 항복으로 게임이 끝난걸 불계승/패 라고 해. 게임의 gg선언과 똑같은 거야.



촉촉수 환격 축 축머리 장문

: 이런건 알면 좋고 뭐 몰라도 해설 듣는데는 관련이 없을듯. 찾아보든가.

얘들아 젖히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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